환경뉴스

[꽃이되고 나비가되고] 생물을 구별않고 잘 돌보는 큰 '인도주의'

작성자
gweconet
작성일
2026-02-13 13:49
조회
30


이강운 소장




이강운 소장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장(농학박사)] 엊그제(2월 4일)는 절기상 입춘. 유난히도 힘들었던 올 겨울이었던지라 ‘봄’ 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설렌다.입춘(立春)은 직관적으로 봄으로 들어선다는 ‘입춘(入春)’일 것 같지만 사실은 곧 이라는 의미의 ‘立’을 써서 ‘이제 곧 봄이다’라는 의미다.

아직 영하 20도 안팎의 강추위와 폭설로 겨울 끝자락에 매달려 있지만 조금씩 따뜻해지고 날이 밝아지는 것을 느낀다.

봄이 가까운 이때쯤, 낮의 길이가 점점 길어지며 생명이 꿈틀댄다. 아무도 보지 못하는 땅속에서 자신의 새끼가 겨울잠을 자고 있는 경단을 보호하느라 부산한 암컷 뿔소똥구리와 꽁무니를 공기 중으로 내놓고 가끔씩 호흡하는 물장군이 봄의 세상을 미리 살짝 보여준다.


올겨울은 피곤하다. 이제껏 겨울은 “삼한사온(三寒四溫)”의 패턴으로 사흘 춥고 나흘 따뜻한 흐름을 반복하며 자연은 숨을 고르고, 사람은 그 틈에서 몸을 풀었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조금만 참으면 따뜻한 날이 오므로 견딜 만했다.

그런데 이번 겨울은 벌써 이십일 째 영하 20도 안팎의 강추위가 계속이다. 겨울 속에서도 숨구멍을 열어 주던 자연의 완급 조절 장치가 흐트러지면서 두꺼운 외투를 벗을 틈도, 햇볕에 등을 녹일 여유도 없어 몸은 계속 긴장 상태로 팽팽했다.

낮과 밤,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절, 밀물과 썰물처럼 자연의 규칙적인 순환에 맞춰 몸이 자연스럽게 순응했는데 계절의 호흡이 끊기면서 생체 리듬이 깨졌다. 숨을 고를 수도, 잠시 쉬어갈 수도 없어 피로는 누적되고, 무기력해져 그냥 힘이 들었다.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는 변화는 이미 여러 통계와 체감으로 확인되고 있지만 ‘삼한사온’의 미세한 질서가 무너지는 일은 최근이다. 계절의 변화는 모두에게 공평해 보이지만, 그 무게는 결코 공평하지 않다. 어떤 이들에게는 “불편함”이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치명적 위험”이 된다.

기후 시스템이 무너지면서 사회적으로 소외되어 살아가기가 녹록치 않은 사회적 약자들은 팽팽한 긴장감을 견디지 못해 ‘툭’ 끊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측 불가능한 기후변화로 지쳐 쓰러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되며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진짜 기후위기가 왔다.

겨울철새 탐조는 생태계의 움직임을 눈앞에서 관찰하며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생명의 변화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웅장하며 멋진 일이다. 어떻게 알고 있는지 꼭 그 때만 되면 똑 같은 길로 똑같은 장소로 이동한다.

철새의 이동(migration)은 일회적 사건이 아니라 해마다 거의 같은 시기, 비슷한 경로, 유사한 목적지를 향해 반복된다. 이는 기온 변화, 낮의 길이와 먹이 자원의 계절적 증감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단순한 위치의 변화라면 “movement”로 충분하지만, 번식 성공률과 생존 확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계절에 따라 반복적으로 수행되는 정교한 생존전략이므로 migration이라는 단어로 구별한다.

계절에 맞춰 주기적으로 이동하는 migration은 번식이나 월동 같은 생태적 목적이 분명한 연어나 민물장어 같은 어류의 산란 회유나 아프리카 포유류의 대규모 계절 이동 등에서도 사용된다.

이동 수단이래야 팔랑팔랑 힘없는 날개뿐이라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데 나비도 번식을 위해 수 천 km를 이동한다. 모나크나비는 캐나다와 미국 동부에서 큰 무리를 지어 멕시코까지, 유럽의 작은멋쟁이나비는 해마다 가을이면 유럽에서 지중해를 건너고 북아프리카와 사하라 사막을 거쳐 열대 아프리카로 가는 장거리 이동을 한다.

자연의 시계처럼 정확했던 철새의 이동 경로와 시기가 흐트러지고 있다. 겨울 하늘을 가르며 날아와야 할 철새가 아직도 북쪽에 머물러 있거나 예전에는 겨울이면 반드시 남쪽으로 떠나던 왜가리와 중대백로 일부가  아예 떠나지 않는다.

겨울철새인 재두루미, 큰기러기의 일부 개체군은 이동 거리를 점점 줄이고 민물가마우지는 2000년대 이후 많은 지역에서 사계절 내내 볼 수 있다. 겨울철새가 겨울에만 있지 않고, 여름철새가 여름이 아닌 계절에도 보이는 이러한 변화는 결코 사소하지 않다. 기후변화가 계절의 패턴을 무너뜨리고 있다.

텃새로 자리 잡는 과정조차 쉽지 않았을 민물가마우지는 가해자인 인간의 이해관계 때문에 정착도하기 전 ‘해롭다’며 멸종될 위기에 처했다.”환경부는 민물가마우지가 텃새 화 되자마자 양식장, 낚시터 등에서 어민에게 피해를 준다는 논리로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했다.

“민물가마우지 먹이 섭취로 인한 어족자원 감소 피해에 대한 정량적이고 객관적인 자료가 불충분하다”고 환경부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포획’ 및 살상까지 할 수 있는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한 환경부는 생태 윤리도 없고 과학적이지도 못하다.

민물가마우지의 텃새 화는 생물학적으로 보면 ‘적응’이며, 생존을 위한 자연스러운 전략으로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의 결과를, 환경 변화에 적응하려 애쓰는 야생동물에게 전가하고 있다. 국외에서는 ‘위해 종’으로 지정된 바 없는 민물가마우지를 해를 끼친다며 벌(罰)하는 환경부는 우선 “어떻게 함께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최소한의 성찰을 해야 한다.

환경보전을 위해 부처 간 갈등을 해소하고 에너지 정책을 통합하여 일관성 있는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라고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개편했는데 발음하기가 뭐 어렵다고 기후부로 줄여 부르며 오직 에너지, 전력, 산업 경쟁력만 외치고 있으니 환경부가 없어진 셈이다.

사람과 다른 생물을 구별하지 않고 잘 돌보는, 큰 인도주의를 실행할 환경부 복원이 시급하다.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장은 서울대에서 농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7년 국내 최초로 홀로세생태학교를 열어 환경교육을 펼치고 있다. 2005년부터 서식지외보전기관인 (사)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를 통해 붉은점모시나비, 소똥구리, 물장군, 금개구리 등 멸종위기종 증식과 복원 생물다양성 확보를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홀로세곤충방송국(Hib) 유튜브 채널의 크리에이터 활동도 하고 있다.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장(농학박사)holoce@hecri.re.kr

출처 : 오피니언뉴스(http://www.opinionnews.co.kr)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