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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되고 나비가되고] 총연장 2806Km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울타리, 무슨 효과 있나
작성자
gweconet
작성일
2026-02-23 15:28
조회
21
http://www.opinio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3696
[꽃이되고 나비가되고] 총연장 2806Km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울타리, 무슨 효과 있나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장(농학박사)] ‘새해 새날이 시작되는 날’ 두 달을 살아놓고도 새삼스럽게 새해라며 설날 덕담을 나누는 철 지난 인사가 어색하다.
그렇지만 설이 오기 전까지는 아직 무엇인가 시작되지 않은 것 같았는데 고속도로 꽉 막히는 까치설날 즈음에야 비로소 ‘이제 정말 새해구나’ 하는 느낌이 확 온다.
명절은 다 같이 잠시 멈추기에 좋은 시간이다. 급한 일상의 속도를 자연스럽게 내려놓고 세상의 가장 큰 인연, 가족을 만난다. 자신의 일부인 손주와 자식을 다시 품에 안아 몸과 마음의 위로를 얻고, 소박하지만 정성스러운 한 끼 식사를 하는 축복을 온 몸으로 받아들인다. 그냥 같이 걷고 같이 보고 같이 맛보는 것만으로도 심신이 충만해지는, 그 자체로 하나의 휴식이 된다.
아들과 딸, 그리고 손주들까지 열한 명의 식구가 한꺼번에 모이면 산 속 연구소는 순식간에 작은 운동장이 된다. 흥분되고 설레는 만남이었는데 5살인 손녀가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할 날짜가 설 다음 날로 잡혀있어 딸 가족은 오질 못했다. 어린아이가 얼마나 외롭고 무서울까를 생각하니 설 내내 심사가 불편했다.
개와 고양이를 함께 살아가는 존재,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가족이라는 뜻이 담겨 있는 “반려동물”이라 부른다. 이제는 애완이라는 말보다 반려라는 단어가 더 자연스럽고 그 정성은 분명 진심인 것 같다.
가족이란 혈연이나 종을 넘어 같은 시간을 함께 살아가는 관계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의 가족은 생각보다 훨씬 많다. 개와 고양이를 넘어 식물도 파충류도 양서류도 곤충도 반려라는 이름을 붙여 애정을 쏟고 있는 최근의 경향이 그렇다. 같은 시대, 같은 땅,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살아가는 다른 동물들도 우리 가족이 된다.
명절은 본래 만남과 귀향의 의미를 지닌다. 흩어졌던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정을 나누는 설렘이 있어야 할 시간에 2800㎞가 넘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 울타리로 생이별을 하고 있는 무수히 많은 야생동물 가족이 있다.
차단 울타리는 어쩌면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비무장지대 철책선과도 닮았다. 같은 민족이 서로의 존재를 알면서도 만나지 못하는 경계처럼, 같은 숲에서 태어나도 서로를 볼 수 없는 생명의 분단선이 환경부의 무책임한 손에 의해 2800km에 걸쳐 설치됐다. 분단의 상처를 가진 우리나라가 또 다른 철책을 자연에 세우는 모습은 상징적으로도 비극적이다.
생태학의 기본 원리는 명확하다. 서식지가 연결되어야 유전적 교류가 유지되고 유전적으로 섞이면서 생물다양성은 높아지며 개체군은 건강하다. 먹이, 번식지, 월동지를 오가는 이동이 가능해야 종은 존속한다. 단절은 곧 고립이며, 고립은 곧 멸종의 시작이다.
환경부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경기 파주부터 경북 울진에 이르기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을 막기 위해 들과 산을 가로질러 .멧돼지 이동을 차단하는 철망 울타리 2806km를 설치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태백산맥(600km) 길이의 4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길이고 3년간 1622억 원의 엄청난 예산이 투입됐다. 텍사스와 멕시코 접경 지역에 높이 6m가 넘는 강철 기둥이 촘촘히 설치된 '트럼프 만리장성'보다도 길다.
차단 울타리는 멧돼지를 막겠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개체군 전체의 유전자 흐름을 차단한다. 산양, 고라니, 삵, 담비의 이동 경로까지 단절시키며 생태계를 가두는 거대한 장벽으로 ‘죽음의 울타리’가 됐다.
이는 섬 생물지리학 이론이 말하는 고립 효과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작은 개체군은 근교약세(근친교배)와 유전적 교류가 줄어들면서 결국 멸종 위험이 높아진다.
멸종위기종 산양은 무리를 크게 이루지 않지만, 서로의 영역이 맞닿아 있고 번식기에는 짝을 찾아 나선다. 어미와 새끼는 오랜 시간 함께 이동하고, 새끼는 일정 시기가 되면 어미의 곁을 떠난다. 자연이 설계한 ‘필요한 거리 조절’을 물리적으로 막아놓는 바람에 그렇지 않아도 몇 개체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을 환경부가 주관이 되어 떼죽음 시켰다.
울타리 설치가 점점 남하한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아프리카돼지열병 철망 울타리는 실제 멧돼지 이동을 막는데 큰 효과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잘못 된 줄을 알면서도 빨리 원상 복구를 하지 않고 ‘부분 철거’니 ‘산불 예방에도 도움’이 되느니 얼토당토않은 억지 주장을 펼치며 고집을 피우고 있다.
근본적 문제는 이 방식이 “관리”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된다는 점이다. 울타리를 친다고 돼지열병을 막을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진짜 막아야 할 것은 멧돼지가 아니라, 돼지의 과밀 사육과 장거리 이동 구조의 축산 시스템 그 자체다. 예산도 보이고, 구조물도 보이고, “조치했다”는 메시지도 보이는 정책이니 철책을 설치하면서 단지 면죄부만 얻으려 했다.
효과가 있다고 발표한 무지한 전문가와 무작정 따라 수 천 억 원 들여 울타리 정책을 입안한 환경부 행정 관료들 중 책임을 지는 공무원은 없다. 자연은 실험 대상이 아니며, 되돌릴 수 없는 최악의 치명적 결과를 남긴다. 현장의 부작용과 비판이 반복되어도 정책 입안자와 집행 책임자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아 막대한 국민 혈세만 낭비되었다.
환경부의 예산 정책은 역설적이다. 한쪽에서는 자연이 일을 하게 가만히 놔두면 될 일을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아프리카돼지열병 철망 울타리를 설치해서 생태계를 훼손하는 일에 전념을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정작 예산이 필요한 멸종위기종, 생물다양성 보전을 민간에 50% 자부담을 요구하며 공공재의 부담을 민간에 전가하는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다. 이러한 모순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환경 친화적 에너지 수급을 통해 기후위기를 해소할 적극적인 방법을 찾아 결국은 환경을 지키자는 의미로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했다. 그러나 장관부터 담당까지 모두 스스로 ‘기후부’라 칭하며 생태와 생물다양성, 멸종위기종에는 무관심하니 명칭을 바꾼 이후로 ‘환경’이라는 단어를 들은 지 오래다.
돈과 시간만 낭비하며 가장 원시적인 울타리를 통해 “돼지독감을 막을 수 있다”라고 환경부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근거가 있기는 한가?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장은 서울대에서 농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7년 국내 최초로 홀로세생태학교를 열어 환경교육을 펼치고 있다. 2005년부터 서식지외보전기관인 (사)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를 통해 붉은점모시나비, 소똥구리, 물장군, 금개구리 등 멸종위기종 증식과 복원 생물다양성 확보를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홀로세곤충방송국(Hib) 유튜브 채널의 크리에이터 활동도 하고 있다.
출처 : 오피니언뉴스(http://www.opinion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