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운영주체도, 돈도 없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국립공원공단은 '어물쩡'
작성자
gweconet
작성일
2025-12-1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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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주체도, 돈도 없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국립공원공단은 '어물쩡'
희귀식물 이식 실패·경제성 부풀리기 논란...시민단체, 공단에 '사업 연장 불허' 촉구머니투데이방송 MTN 권미나 기자 2025-12-10 09:2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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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오전 국립공원공단 본사 앞에서 이달 말 만료되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연장 불허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다. /사진=권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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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과 전국 197개 연대 단체가 지난 9일 오전 국립공원공단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달 말 공원사업 시행허가가 만료되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연장 불허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권미나 기자 |
사업자인 양양군이 최근 법원에 "희귀식물 군락 발견으로 공사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힌 데다, 국립공원공단이 결정해야 할 공원사업 시행허가 연장 기한도 이달 말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과 연대 단체는 지난 9일 오전 국립공원공단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이미 구조적·법적 기반이 무너진 실패한 사업"이라며 "연장 불허는 선택이 아닌 공단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희귀식물 이식 미이행, 운영주체 상실, 경제성 의혹까지 불거진 상황에서 연장을 논의한다면 공단이 스스로 국립공원 보전 원칙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양군도 등 돌렸다"...사라진 찬성 여론
설악산 자락에서 5대째 살고 있다는 김동일 미래양양시민연대 대표는 "케이블카만 하면 양양이 산다는 홍보만 난무했고, 정작 주민들이 알아야 할 정보는 제공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사업 내용과 예상되는 환경 문제, 재정적 위험성 등 중요한 사실을 충분히 알지 못한 일부 주민들이 단순한 기대와 선동 메시지에 쉽게 휘둘리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착공식을 치른 지 2년이 지나도록 공사가 진행되지 않자 지역 분위기는 급변했다. 김 대표는 "요즘 양양에서는 '이거 하면 우리 같이 망한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했다.
사업을 밀어붙이던 지역 정치권 인사들이 잇따라 구속되거나 지역에서 자취를 감춘 것도 여론 변화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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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상부정류장 예정지 끝청 일대가 단풍으로 물든 모습/제공=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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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경로 인근에서 멸종위기 1급 야생동물인 산양이 살고 있는 흔적이 발견됐다. /제공=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
양양군은 지난 11월 춘천지방법원에 "예상치 못한 희귀식물 군락 발견으로 내년 봄까지 이식 계획을 확정할 수 없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는 사업의 필수 조건인 환경영향평가 '조건부 협의'와 자연유산 현상변경 '조건부 허가' 이행 기간을 지키지 못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문제는 이 내용이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의 기존 발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앞서 원주환경청은 "희귀식물 이식에 문제가 없다"며 사업 추진에 청신호를 보냈지만, 발표와 달리 현장에는 이식되지 않은 희귀식물이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시민단체는 "관계 기관들이 책임을 서로 떠넘기며 '국립공원공단이 판단할 문제'라고 발뺌하고 있다"며 "환경 훼손 방지라는 가장 중요한 책임까지 공단에 떠넘기려는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 '양양관광개발공사' 설립 무산..."사업의 뿌리가 사라졌다"
오색 케이블카 사업의 전제 조건은 운영을 맡을 '양양관광개발공사' 설립이었다. 그러나 올해 1월 지방공기업평가원은 경제성 부족, 설립 명분 미흡 등을 이유로 공사 설립을 최종 '부적격' 처리했다.
이로써 법이 요구하는 시행주체·사업비 조달계획 등 허가의 필수 요건이 통째로 사라졌다. 당초 460억 원이던 사업비는 1172억 원으로 치솟았고, 국비 지원도 전무하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운영 주체도, 돈도 없는 유령 사업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유영창 케이블카반대설악권주민대책위원회 대표는 "순수 공사비만 1172억 원이지만 물가 상승·설계 변경·부대시설까지 포함하면 2500억 원이 넘을 것"이라며 "양양군 인구 2만7000명 기준으로 환산하면, 주민 한 사람이 300만~500만 원의 빚을 떠안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자료 조작 의혹까지...'경제성 부풀리기' 논란 확산
국회 양부남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양양군이 제출한 자료가 조작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양양군은 필수 운영 인력을 46명에서 32명으로 축소해 비용을 의도적으로 누락하고, 현실적으로 운영이 불가능한 기간의 수익까지 편익에 포함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양양관광개발공사 설립 기준을 맞추기 위해 투자심사 당시 제출하지 않았던 1419억원 규모의 산업단지 조성 사업을 뒤늦게 끼워 넣은 정황도 포착됐다.
시민단체는 "경제성 자료가 조작됐다면 기존 허가 자체가 무효"라며 "사업 연장은 곧 국립공원공단이 사기극에 가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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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오전 국립공원공단 본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왼쪽)문성호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공동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권미나 기자 |
정인철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상황실장은 "오색케이블카를 막고 설악산을 지켜낸 주체는 정치인도, 행정가도 아닌 지역 주민과 시민들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립공원공단을 향해 "공단은 이제 숟가락 하나만 얹으면 된다"며 "연장 불허가 공단의 존재 이유이자 국립공원 보존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온 공단의 명분을 지키는 길"이라고 했다.
이이자희 국민행동 정책실장은 "공단이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자연에 대한 예의'를 실천하는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국립공원공단도 과거처럼 국립공원을 관광지로 소비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미래 세대에 물려줄 유산으로 남기기 위해 보호 단계를 높여 왔다"며 "그동안 쌓아온 국제적 성과와 정당성을 지키려면 이번 사업은 불허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립공원 보전을 전제로 지역사회와 어떻게 연대하고, 어떤 대안 사업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지금 공단에게 가장 필요한 과제"라고 했다.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국립공원공단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양양군이 공원사업 시행허가 연장을 신청한 만큼, 허가 조건과 환경영향평가 협의 의견 이행 여부를 면밀히 따져 연장 허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미나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